19세기 하반기는 중국산 찻잎과 영국산 아편이 엎치락뒤치락 서로 투쟁을 벌인 시기였다. 산속에서 강한 생명력 우아한 기질과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서초(瑞草)는 중국의 식민지화와 더불어 원치 않게 근대사의 한복판으로 들어섰다. -40P
임우초가 오차청의 품으로 뛰어든 것은 순전히 돌발적인 행동이었다. 계획적인 행동이었다면 그녀는 아마 뒷마당 창고가 아닌 조금 더 은밀한 장소를 선택했을 것이다. -49P
조기객이 내놓은 자사호는 네모난 형태의 방호(方壺)로, 색깔이 배 껍질 같고 몸통에 “안으로 청명(淸明)하고 밖으로 직방(...
더보기 19세기 하반기는 중국산 찻잎과 영국산 아편이 엎치락뒤치락 서로 투쟁을 벌인 시기였다. 산속에서 강한 생명력 우아한 기질과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서초(瑞草)는 중국의 식민지화와 더불어 원치 않게 근대사의 한복판으로 들어섰다. -40P
임우초가 오차청의 품으로 뛰어든 것은 순전히 돌발적인 행동이었다. 계획적인 행동이었다면 그녀는 아마 뒷마당 창고가 아닌 조금 더 은밀한 장소를 선택했을 것이다. -49P
조기객이 내놓은 자사호는 네모난 형태의 방호(方壺)로, 색깔이 배 껍질 같고 몸통에 “안으로 청명(淸明)하고 밖으로 직방(直方)하니, 너와 더불어 공존하리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142P
썩은 새우처럼 변한 이 여인은 바로 소련이었던 것이다!
항천취는 10년 전에 소련의 이름을 들었다. 직접 만나본 적도 있었다. 그때 당시 소련은 ‘남자들의 우물(尤物)’, ‘서호의 우물’로 불리면서 꽤 유명했었다. 항천취의 아버지 항구재도 소련의 침대에서 죽었다. -186P
신부 심록애의 외모는 평범하지만 볼수록 빠져드는 호감형이 아니었다. 첫눈에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화려한 미인이었다. …… 신부라는 여자가 부끄러워하거나 긴장하는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이 대범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꼴도 적잖이 눈에 거슬렸다. 신부의 전족을 하지 않은 큰 발에도 자꾸 시선이 갔다. -232~233P
촬착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도련님은 왜 아씨하고 함께 있을 때는 이렇게 즐거워하시지 않는 걸까? 아랫것들은 도련님과 아씨가 아직 합방도 안 했다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도련님 눈에는 아씨가 예뻐 보이지 않는 걸까? 아무리 봐도 아씨가 홍삼보다 백배는 더 아름다운데……. 평소에 집에서는 잔뜩 주눅이 들어 연신 하품만 해대던 도련님이 오늘은 웬일로 위엄이 넘치고 기운이 넘치는 걸까? -300P
이듬해 봄이 저물어갈 무렵이 어느 이른 아침, 오산 원동문 쪽에서 기별이 왔다. 지난밤에 소차가 아들을 출산했다는 것이었다. 항천취는 소식을 듣자마자 인력거를 불러 오산으로 달려갔다. 소식을 들은 심록애도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녁이 돼 항천취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저녁에 태어난 아이는 7개월 된 미숙아로 쥐처럼 작았다. …… 항천취는 맏아들의 이름은 ‘가화’, 둘째아들의 이름은 ‘가평’이라고 지었다. 이렇게 항천취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새로운 운명의 수레바퀴로 빨려 들어갔다. -388~389P
서기 1911년 10월 초, 항주 교외 차밭에서는 추차秋茶 수확을 마쳤다. 이때의 차는 ‘소춘차’라고 해서 맛이 청담(淸淡)하고 수색(水色)은 짙푸른 색이었다. …… 이 무렵, 60여 명의 대원으로 구성된 결사대가 왕ㄱㅁ발과 장백기이 인솔 하에 절강성 승현에서 출발해 비밀리에 항주에 이르렀다. …… 항주 봉기가 일어나기 직전의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449~4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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